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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LE/에세이

[WEEK001] 오래된 것, 새로운 것, 유행하는 것

by Baley 2023. 3. 4.

 영원한 것은 없다. 대체되지 않는 것도 없다. 과학과 기술은 계속 발전하며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 작년만 해도 AI가 그린 그림이 미술대회에서 상을 타서 세간을 놀라게 했지만 이제 대중은 AI가 그린 그림을 보며 어떻게 AI가 이런 그림을 그리냐고 일일이 반응하지도 않는다.

 

 이런 세상에 개발자란 직업은 명과 암이 뚜렷한 직업이다. IT 기술로 변화하는 시대를 주도하는 직업군 같지만, 기술에 의해 가장 대체될 가능성도 큰 직업이다. 기술의 트렌드는 급격하게 바뀌고 그때마다 수요가 있는 개발자는 달라진다. 그리고 개인이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유행이 바뀔 때마다 매번 유행을 좇을 수는 없다면 유행을 타지 않았던 것에 눈을 돌려야 한다. 프로그래밍의 경우 C언어가 이 상황에 해당한다. C언어는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 중에 가장 원시적인 언어이다. 모든 프로그래밍 언어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무엇이 유행하든 C언어를 기본으로 한다. 해마다 유행하는 옷이 아무리 바뀌어도 그 옷들이 섬유로 이루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정글에서 C언어를 가리키는 이유는 결국 트렌드에도 계속 살아남고 필요로 하는 것이 C언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글의 목표는 그냥 개발자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단단한 기본기를 통해 연차가 쌓일수록 갈고 닦아져 빛을 발하는 개발자로 키우는 것이라는 설명도 함께했다.

 

 C언어에 대한 정글의 입장을 들으면서 문득 인문 고전의 중요성이 연상되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살아남은 것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 그렇게 인문 고전이 중요한 것처럼 어쩌면 짧은 역사를 가진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C언어가 그런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오래된 것이 가치 있지는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것들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 모든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하는 사람이 경력만큼 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수요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가치가 있다.

 

 내가 정글을 택한 것은 정글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대안이라 생각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정글을 수료하는 것만으로 알 수 없는 미래에 준비된개발자가 되리란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순간의 유행에 휩쓸린 개발자나 그냥 오래되기만 한 개발자는 아니고 싶다. 오래오래 두고 읽을 만한 가치 있는 개발자가 되는 데에 이 시간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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